물결 2021 여름호
보신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약이나 음식을 먹어 몸의 영양을 보충한다는 뜻의 보신補身과 자신의 몸을 온전히 지킨다는 뜻의 보신保身이다. 이 두 가지 의미는 서로 상충된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 영양을 보충하려는 이유는 결국 몸을 온전하고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매년 복날에 동물을 잔인하게 죽여서 만든 '보신 음식'을 먹는 일은 정말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 동물을 잔인하게 죽여서 먹지 않고도 충분히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시대다.

인간 동물의 보신을 위해 희생되는 가장 대표적인 동물이 한국에선 개와 닭이다.(그 외에도 뱀, 물개, 고양이, 흑염소 등 굉장히 많다.) 복날에 가장 많이 팔리는 '백숙'이 되기 위해 작년 7월에만 1억 명이 넘는 닭이 도살됐고, '개고기'가 되기 위해 매년 백만 명이 넘는 개들이 도살됐다. 개농장에서 사육되는 개들은 뜬장에서 썩은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며 살다가, 산 채로 고압전기봉에 지져지거나 목이 매이거나 두들겨 맞아 죽는다. 병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리가 잘리고, 날개를 펼 수도 없는 좁은 축사에 갇혀 분뇨로 뒤덮힌 바닥 위에서 온갖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사육되다가 한 달이 되면 도살된다. 고통스럽게 사육되다가 죽은 동물을 먹으면 몸의 기능이 좋아진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잘못된 미신일 뿐이며 더이상 '보신'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될 수 없다.

『물결』여름호에서는 한국의 보신문화와 보신음식의 문제점을 특집으로 다룬다. Sex&Steak 연구소 변혜정 소장이 한국사회에서 남성성과 육식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썼고, 전범선 작가가 보신과 남성성에 관해 글을 실었다. 그리고 최미랑 기자가 보신음식의 슬픔과 기쁨 그리고 실천을 말한다. 한방채식기린한약국 이현주 원장이 진정한 보신은 비건음식을 먹는 것임을 알리는 글을 썼고, 김은비『물결』편집장이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민지,초식마녀,희지,헤루를 만나 한국의 보신음식의 문제점과 보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실었다.

이슈 코너에선 동물해방물결 한승희 캠페이너가 풀무질에서 진행된 종차별적 언어 개선 캠페인 워크숍 현장에서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글을 실었다. 멸종반란한국 홍성환 활동가는 기후생태위기에 관한 글을 썼다.

에세이 코너에서 양다솔 작가가 비건과 보신에 대한 글을, 설악이 반려인 이예민이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 설악이와 함께 지내는 생활을 실었다.

칼럼 코너에선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가 개도살장 및 개농장에 직접 조사를 다니며 쓴 글이, 채효정 작가가 육식과 자본주의의 관계에 관한 글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