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대상화된 많은 동물 이미지와 마주한다. 고깃집 간판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소와 돼지의 그림, 횟집 간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살이들의 모습이 그렇다. 역설적이게도 그곳은 동물을 죽여서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곳이다.


2021년은 신축년, 소의 해이다. 하지만 소의 해라는 이유로 소와 관련된 대상화된 이미지가 더 많이 쏟아지고, 더 많은 소가 죽는다. 빵집에서는 우유로 만든 케이크에 소 사진을 합성해 '2021 행복하소'라는 문구를 넣어 상품을 홍보하고, 명절에는 '한우' 선물이 증가했다. 그 아래 우리가 아는 진짜 '소'가 겪는 현실은 은폐된다.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 강제로 임신당하고, 송아지를 빼앗기며 평생 착유당하다가 더 이상 상품가치가 없으면 도축당하는 어미소의 현실, 축산업에서 고기가 되기 위해 키워지고, 매일 죽어가나가는 한우와 육우들의 모습이 은폐된 진실이다.


‘소’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고, 소가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고려하지 않으면서 ‘소’를 말하는 사회를 잘못됐다. 모든 이야기는 ‘소’가 겪는 현실부터 먼저 이야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소가 어디에서 어떻게 착취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사회 안에서 이야기되고 있는지 말하고, 알아 나가야 한다.


물결 봄호는 ‘소’를 주제로 한 11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이 「나는 소다」에서 소의 역사와 삶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전범선 작가는 「비거니즘은 소에서 비롯되었다」에서 비거니즘이 시작된 역사와 함께 소와 인간의 관계를 다룬다. 베지닥터 사무국장 이의철은 「우유 신화에서 벗어나야 건강해진다」에서 몸에 우유가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말한다.


디엑스이 한국 활동가 섬나리가 「고기는 없다, ‘누군가’가 있다」에서 도살장을 찾아 공장식 축산이 가린 폭력을 직면하고 기록하는 비질활동 경험과 함께 고기의 실체에 관해 썼고, 동물해방물결 사무국장 윤나리가 「전 도축업자와의 인터뷰: 죽으러 가는 길」에서 전 도축업자를 인터뷰해 동물이 도축되는 과정을 기록했다. 한겨레 환경 기자 남종영이 「자본주의 시계 위에 올라탄 긴뿔소」에서 세계 최초의 공장식 축산 공장인 유니온 스톡야드를 중심으로 발달된 철도산업이 오늘날 공장식 축산에 미친 영향에 대한 내용을 실었다. 독립 연구자 한승은이 「사람은 왜 피폭소를 살려야 하는가?」에서 후쿠시마 원전 지역에서 살아남는 피폭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허은주 수의사가 소싸움과 싸움소들에 관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