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자이너 모놀로그』 북하우스
저자_이브 앤슬러 (류숙렬 역)

제가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창 연극에 빠져있었지요. 그래서 이런저런 시사회에 닥치는 대로 응모하다가 한 공연 시사회에 당첨되었어요. 그때는 공연 이름만 알고 내용도 모른 채 친한 선배와 함께 보러 갔어요. 그러고는 기억이 끊겼답니다. 당시에 좀 당황했었나봐요. 그 공연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책인 『버자이너 모놀로그』입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1인극을 위한 대본입니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여성 200명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금기의 대상인 여성 성기를 둘러싼 고민과 남성 폭력의 기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성 보고서이기도 하고요. 여성의 몸 가운데서도 가장 억압받고 금기시된 성기의 입장에서 억압과 차별의 경험을 풀어내고 있어요. 직접적이고 금기시되던 이야기다보니 출간에도 많은 애를 먹었었죠. 하지만 ‘당신의 보지가 말을 한다면 무슨 말을 할까?’ 하는 발상으로 시작된 이 책은 출간 직후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시대 대표적인 페미니즘 작품으로 자리 잡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2012년도를 끝으로 더이상 공연을 찾아볼 수 없더라고요. 당시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공연장의 묘한 열기는 아직 남아있어요. 이렇게 책으로나마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당시 공연장의 열기를 이 책을 통해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나눠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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